나의 법의학 체험기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으니, 블로그 포스팅도 연구 주제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우연한 기회로 아래 글을 읽게 되었는데, 법의학자의 삶을 살고 있는 유성호 교수님의 이야기는 제게 울림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 법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매우 재미있어 보여서, 한때 진로를 두고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어릴 때부터 겁이 많은 편이어라 법의학자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의대를 졸업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 점이 있는 것 같은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습니다.

국내에 40명뿐…매주 죽은 사람과 대화 나누는 직업입니다

위의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때 선택 실습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법의학 실습을 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실 의대를 졸업하더라도 법의학 과목은 몇번의 강의로 매우 짧게 다루어지고, 실제로 실습할 기회는 굳이 찾지 않는 경우가 아니면 없습니다. 당시에는 법의학이라는 미지의 학문에 대해서 모르고 졸업하는 것이 싫었고, 우연한 기회에 독일에서 한달간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법의학과에서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침 당시에 써놓았던 글이 있는데,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당시 한달 간의 법의학 체험기에 대해서 남겨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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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의과대학 법의학 교실 건물]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이 병원과는 따로 떨어져 위치해서, 마치 탐정 사무소와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법의학과에서는 주로 하는 일은 사망 원인을 밝히는 일인데, 저는 한달간 머무르며 가장 잘 알려진 부검 외에도 꽤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검 외에도 독성학, 미생물학, 분자 생물학에 기반한 다양한 사망 추정 검사와 원리를 배울 수 있었고, 담당 교수와 1주일에 한번씩 독일 법정에 출두해서 증인 출두와 사망 소견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은 부검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작성했던 글을 보니 정신적 충격이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이 슬라이드 쇼에는 JavaScript가 필요합니다.

[사체 안치실과 부검실 입구 풍경] 입구는 일반 수술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가운을 준비해서 입고 들어가지만,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가 겁을 먹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는 당시 작성했던 글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부검이 매우 충격적이라 글이 매우 음침하게 묘사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당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남깁니다. 실제로는 법의학과에 있는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 너무나 잘 대해줘서, 첫주를 적응하며 보내니, 그래도 실습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주부터는 Forensic Medicine(Recht Medizin), 법의학 교실에서 4주간 실습을 한다.

그리고 실습 첫날이었던 어제! 신고식처럼.. 난생 처음 부검 과정을 참관하였다.
(그리고 둘째날인 오늘은 부검에 참여하였다…)

사실 법의학과에서 하는 일은 부검 뿐 아니라, 시신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포괄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로 하는 일은 Autopsy! 사체의 부검이다.

<첫째날>

점심을 먹고 1시에 강의실에 모였다. 강의실에는 6명의 의대 학생들과 3명의 법대 학생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10명의 학생이 모였다.
사실 이 날은 해부학을 다 배우고 올라온 의대 2학년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부검과정을 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해부학을 다시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법대 학생들은 부검을 참관하러 왔던 것이다.

교수님이 법대 학생들과 나를 의대 학생들에게 소개시켜주고, 간단히 오리엔테이션을 주셨다. 지금 떠올려보면, 포르말린 처리된 카데바를 해부 실습과는 다르게, 사체 부검은 냄새가 더 역할 것이라는 것과 언제든 나가도 된다는 내용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지하 부검실로 향했다. 약간은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설레는 순간..

지하로 내려가서, 우리는 옷과 소지품을 두고, 누런 가운을 옷 위에 입었다.
신발 위에 신는 파란색 비닐 덧신과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그리고 장갑을 착용했다.

바로 옆 부검실에 들어가니, 사체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사체를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
워낙 긴장을 해서인지 아무렇지 않았을까? 카데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워낙 사람다워서일까,, 푸근한 인상의 시체라서인지..
무섭지는 않았다.

사체는 이미 뒤통수 머릿 가죽이 벗겨져 정리되어 있었고, 전기톱으로
머리통이 반구 모양으로 잘려 분리되어 있어, 뇌의 구조를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칼로 뇌를 두부 마냥 썰어, 학생들에게 뇌의 해부학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뇌를 하나 하나 분리해 내고, 뇌의 무게를 재고,,, 뇌의 구조 하나 하나 칼로 두부 모 처럼 썰어서 확인해 갔다.

한쪽에서는 교수님의 해부학 강의가 따끈 따끈한 사체를 통해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또 한쪽에서는 여자 의사와 여자 간호사가 사체를 하나 하나를 분리하고 있었다.

여의사가 주요 부위를 확인해 가면서, 썰어 나가면 푸줏간 주인 같은 덩치를 가진 간호사가 피부를 벗기거나, 뼈를 니퍼로 부수거나 흘러내리는 피를 정리하는 등 온갖 더럽고 힘들고 궂은 일을 보조했다.

한쪽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물과 이를 아무렇지 않게 물로 휙 헹구고 다시 써는 장면은..
살면서 최고로 하드코어한 장면이었다.

전체적인 사체 부검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뇌를 꺼낸 후, 배를 가른다. 그리고 나면 이때부터 미친듯 구역질 나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바로 장에서 사는 박테리아들에 의해서 남아있던 똥과 함께
부패가 되어 나는 냄새다. 배를 가르고 나면, 피부를 벗겨내고, 그리고 니퍼로 sternum 을 잘라서
드러낸다. 이때부터 몸통이 시작이다. Omentum를 들어내고 장을 모두 꺼내고 분리한다.
소장, 대장, 십이지장, 췌장, 지라 등이 딸려 나온다. 그리고 간호사는 장을 길게 정리하면서 자른다. 그와 함께 장 내에 있던 똥물과 소화된 음식물들이 주르르 흘러나온다. 이렇게 장기 하나 하나 모두 잘라 보면서 조직 샘플을 채취하고, 이상이 없는지 썰어서 일일히 확인해 본다.

Mediastinum을 열어 재끼면 폐와 심장이 함께 딸려 나오고, 심장 내에 응고된 핏물을 모두 빼내어 무게를 재고 잘라서 구조를 확인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른 장기와 다르게 폐는 물위에 둥둥 뜬다. 그 다음으로 신장과 방광을 분리해 내고, 주사기로 방광 내 소변을 뽑아낸다. 신장을 확인하고, 요관을 따라 잘라가면서 이상이 없나 확인한다. Rectum, 직장을 잘라서 안쪽을 확인한다. 전립선, 고환도 분리해 내서 칼로 반으로 잘라보고 만져본다.

이렇게 몸통이 대강 끝나면, 목을 제낀다. 갑상선 암의 Radical Neck Dissection 수술과 흡사한 광경이 펼쳐진다. 목의 모든 근육을 차례로 썰어나가고, 마지막에는 결국 혀부터 시작하는 인후두 부위와 식도, 기도 부위를 목과 머리 부위로 부터 떼어낸다. 혀가 떨어져 나가니 참 징그럽다. 칼로 혀를 반으로 잘라 이상을 확인하고 나면, Intubation 시 기도삽관을 하는 기도 구멍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성대 부분의 근육을 일일히 잘라가면서 이상을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은 2시간 반정도 진행되었다.
법대 학생들은 초반에 참관하다가 너무 끔찍한 장면에 중간에 모두 가버렸고,
의대 학생 한명도 중간에 나갔다가.. 마음을 다잡은듯 다시 들어왔다.

그래도 이렇게 따끈 따끈한 사체를 통해서 해부학 구조들을 보니, 확실히 카데바를 통해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다른 생생함을 갖고 구조들을 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생생한..)

이번 사체는 정신질환을 갖는 20대 후반 ~ 30대 초반 환자였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실제로 그의 양쪽 손목에서 자해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양쪽 팔에 주사 자국이 많은 걸로 보아 Drug Abuse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가 사망된 채 발견 된 곳 주위에서도 벤조디아제핀 계 약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벤조디아제핀 계 약물 과다 복용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부검 과정을 통해서, 중점적으로 살핀 것도 실제로 뇌에 그러한 흔적이 있는지, 간과 신장에 약물 독성의 흔적이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첫 날의 혹독한 신고식과 생생한 해부 강의가 끝나고, 나는 학생들과 함께 부검실을 나왔다. 모두 부검 참관은 처음이라 그런지, 넋이 나간 표정들이었다.

… 중략 …

< 둘째날>

전날의 신선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 날이 되었다. 10시에 도착하여, 교수님 스케쥴을 관리해 주시는 비서실로 가니, 비서가 반갑게 맞아준다.
10시에 Autopsy가 있는 걸로 안다고 말하니, 열쇠를 들고 지하 부검실로 내려가는 문을 따준다.
양옆에 부검 사체 사진과 뇌단면 사진 및 해부학 사진들이 붙어 있는 좁다란 나무 계단을 삐걱대며 내려가면, 부검실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역시 전날 처럼 누런 가운을 두르고, 마스크, 장갑, 신발 덮개를 차례로 입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분주하다. 사람들도 많고, 활기찬 느낌이다. 경찰 3명이 와서 상황 설명을 하고, 부검의들끼리도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의 사망 사건은 교통사고로 숨진 48세 남자다. 신호가 바뀌면서 돌아오던 커다란 덤프트럭에 이 남자가 치였는데, 2차로 직진하던 차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피하지 못하고 위로 지나간 것이다.

부검 포인트는 이 남자가 이미 첫번째 트럭에 치여 즉사했는데, 죽은 사람 위로 두번째 차가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그 당시 살아 있는 상황에서 두번째 차가 지나가서 사망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부검실 바로 옆으로 Arztraum(의사실)이 있다. 이 곳에서 경찰 관계자와 부검의들이 이야기를 나누더니 10시 반경이 되어 부검이 시작되었다.

내가 오니, 어제 부검을 같이 했던 여자의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 여자 소개를 좀 하자면,,, 법의학과 여의사다. 170 정도 되는 키에, 노란 머리, 뻐드렁니가 매력 포인트인 듯한 마른 여자다. 서양인의 쭉쭉 뻗은 팔다리를 가진 모델 같은 우월한 몸매다.
그런데 눈이 퀭한 느낌을 주어 어딘지 모르게 그냥 음침한 느낌이다. 이 사람은 독일인치고 영어를 잘 못하는데, 나보다도 못해서 서로 의사소통이 힘겨울 때가 있다. 그래도 안되는 영어로 뭐든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정말 친절하게 대해준다.

이 여자가 마스크를 두르면, 퀭한 눈만 보이는데..
시체를 잘라가고, 장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쪼물딱 거릴 때면,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뭔가 무섭다.

또 한 사람은 부검 보조사 남자.. 170 정도의 보통 체격에, 나이는 30~40 정도 되어 보인다.
이 사람은 진짜 뭔가 음침하다. 눈이 항상 게슴츠레 풀려 있어서,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약을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뭐에 취한 듯 보인다. 이 사람도 부검 과정의 궂은 일을 모두 도맡아 한다.

시체를 시체 보관실에서 부터 옮겨와, 부검대 위에 올려 준비를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머리 가죽 뒤쪽을 벗겨내는 일, 전기톱으로 머리 통을 열어 뇌를 잘라 내는 일, 뇌를 빼 내고, 두개골 안쪽의 안장뼈 부분을 부수는 일 등 제일 끔찍한 일들을 도맡아 한다. 니퍼로 가슴 앞쪽의 Sternum을 자르고, 제일 냄새나는 소화기관 장기들을 꺼내어 준비해 놓는 일까지,, 부검실의 청소부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게, 이런 일을 일상적으로 매일 하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듯 싶다. 일부러 작업전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오늘의 부검 사체를 부검대 위로 옮겨 놓는다. 부검 시작이다.

부검 교수가 부검 시체에서 발견된 모든 사항을 음성녹음기로 녹음한다. 교수는 직접 사체에 손은 안댄다. 검안을 하고 지시를 내리고 관찰한 것들을 녹음만 한다. 부검의 모든 궂은 일은 여의사와, 부검 보조사 남자 이렇게 둘이서 한다.

부검 과정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로, 사체를 꼼꼼히 살피면서 겉에 난 상처들을 모두 확인하고 녹음한다. 이것이 끝나면, 사체를 뒤집어서 등 뒤 피부를 벗긴다. 피부를 벗겨내면, 겉에서 확인할 수 없는, 근육이나 피부 안쪽의 출혈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신에서는 겉으로는 특별한 출혈 흔적이 없었으나, 피부를 열자 차에 치인 충격으로 내부 출혈이 일어나, 피부 안쪽으로 피가 흔건하게 괴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 뒤가 끝나면 다시 피부를 꿰매고, 앞쪽으로 돌려 허벅지와 팔 부분 피부도 벗겨서 똑같이 확인한다. 이 시체는 교통 사고 충격이 크긴 컸나 보다. 골반이 완전이 짓이겨져 부숴져 있고, 이로 인해서 골반 안쪽으로 엄청난 출혈이 있었다.

자, 이제 이게 끝나면 가장 보기 끔찍한 장면이다.
바로 머리 뒤로 피부를 벗겨서 앞으로 넘긴다. 벗겨진 머리 가죽이 뒤집힌 채로 얼굴을 덮는다. 그리고 나면 윙 소리가 나는 전기톱으로 두개골을 절단한다. 위잉~ 소리와 함께 뼛가루가 여기 저리로 튄다. 그렇게 머리 둘레로 한바퀴 돌리면, 두개골이 2개로 분리된다. 그리고 빵 자르는데 쓰는 칼로 뇌를 댕강 잘라서 단면이 보이게 한다.

뇌가 드러나면, 비릿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마치 꽃게를 먹을 때, 게딱지 안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와 흡사하다. 그렇게 뇌가 적출되고, 무게를 재고, 샘플을 채취한다. 그러고 나면, 차례로 배를 가르고, 피부 벗기고, 흉골 부수고, 장기 꺼내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다.

우리의 장에는 정상 세균총(Normal Flora) 박테리아들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무해한 세균들인데, 얘네가 장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얘네들이 만들어낸 대사 산물에 의해서 똥과 방귀에서 냄새가 나게 된다. 우리 몸에서는 이런 것이 적당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얘네는 대장 아래쪽에서만 주로 있다. 근데 사람이 죽으면, 대장 아래쪽에 있던 이 박테리아들이 점점 온몸으로 퍼져나가면서 대사를 한다. 즉, 저런 역겨운 냄새를 만들어 내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시체일수록 더 역겨운 시체 썩은 내가 나는 것이고, 보통 장을 꺼내면, 저런 시체 썩은 내가 진동하는 것이다.

시체 썩은 내는 그럼 어떤 냄새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많이 익숙한 냄새다. 그렇다! 옛날 푸세식 똥간에서 많이 맡던 냄새와 비슷하다. 똥차가 지나가면서 맡던 냄새를 아는가? 그 누리누리한 냄새에 역겨움을 더한 냄새가 시체 썩은 내다.

배를 가르고, 장기들을 하나씩 잘라가면서 내부를 확인해 가고 있는데, 어디서 가녀린 친구가 하나 들어온다. 독일인 치고는 작은 160 정도의 키에 마르고, 주근깨가 있는 안네의 일기의 안네와 비슷한 이미지의 여자다. 본인이 의대 4학년이라고 소개한 이 친구.. 부검실 들어오더니 한자리 꽤차고 부검에 참여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친구는 지금 8주째 부검실 실습을 돌고 있으며, 앞으로 8주 더 실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독일 의대생들은 다 부검실 실습 하냐고 물으니까, 선택이라면서 자기는 여기서 실습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어쨌든 부검 8주차 답게, 완전 프로페셔널하다. 부검 일손이 하나 늘은 셈이라 부검 속도에도 더 박차가 가해진다. 당돌하고 겁없이 부검이 쓱쓱 이루어 진다.

지난 번 사체와 다르게 이번 사체의 폐는 쏙 쪼그라들어 있다. Fat Embolism 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미 골반 뼈가 완전히 나가서 골수까지 노출된 상황이 확인되었고, 이런 경우 골수 내 지방이 혈전을 형성해서 폐로 날아가 폐혈관을 막아버릴 수 있다. 이를 Fat Embolism 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폐혈관이 막히면 결국 호흡이 안되고 죽어버릴 수 있다.

여의사가 지금 까지의 결론은 이미 강한 충격에 의해서 이미 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Fat Embolism의 유무는 조직 샘플로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느 정도 부검이 다 진행되면, 잘게 썰어서 안쪽을 모두 확인한 장기들은 배속에 다시 채워 넣어준다. 뇌 조각도, 폐도,, 간도,, 장도 모두 배속으로 섞여서 들어간다. 그러면 배속 공간은 다시 꽉 차게 된다. 그리고 밖에서 다시 피부를 꿰매준다. 그러면 부검 과정은 모두 끝이다.

서로 수고 했다고 말한다.

여자 의대생 친구가 시체를 다시 시체 보관소로 옮긴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얼떨결에 내가 모두 옮기게 되었다.
옆으로 난 문을 따라 나가니, 시체 보관 냉장실이 있다.

그 친구가 문을 따준다. 나는 열린 그 문을 따라 시체를 안쪽 보관소로 끌어다 놓는다.
시체 보관소 안쪽을 보니 정말 섬짓하다!!

족히 30여구는 되어 보이는 시체들이 안쪽에 보관되어 있다. 30여구의 시체에서 어우러진 시체 썩은 내가 징하게 코를 괴롭힌다. 안쪽은 조명 없이 깜깜하고, 보관소 문은 밖에서 잠그도록 되어 있어서 이 친구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가버리면 어쩌나 무서워 진다.

어쨌든 모두 끝나고 나니 점심 시간이다. 오늘 아직 부검이 2구 더 남았단다.

의대생 친구가 너 뭐할꺼야? 한다. 난 일단 배가 고파서 밥을 먹어야 겠다고 했다.
밥 먹고 다시 올꺼야? 한다.

더는 못하겠어서..
응.. 이따가 스케쥴 보고.. 라고 대충 둘러대고 그 길로 줄행랑을 쳤다.

글쓴이: Jihoon Yoon

인체라는 소우주를 탐험하는 호기심 많은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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